취업 3개월 후 통장잔고를 보고 결심했다 [양이천의 기사회생]

입력 2023-06-26 13:25   수정 2023-06-26 13:26

내가 투자를 하게 된 이유
2017년 4월, 취업이 확정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해외여행이었다. 이탈리아로 나를 떠나게 한 이유는 ‘지금 아니면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시간이 없다’던 선배의 조언 때문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후 옷을 사고 차를 샀다. 출근할 때 입을 정장이 있어야 했고,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차가 필요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종종 밥도 샀다. 취업한지 3개월이 지난 후 내 통장 잔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취업 전과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천만원을 벌었을텐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카드 내역을 살펴보니 3개월치 카드 결제 금액이 천만원이었고, 모두 내가 쓴 게 맞았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펀드 선택과 실패 이유
2017년 7월말, 여름휴가 중 삼성생명 펀드 상담 창구에 갔다. 30년 동안 보험회사에서 일한 엄마를 둔 덕분에 다른 금융기관보다 삼성생명이 심적으로 편했다. 당시 나는 매달2백만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술값이 전혀 나가지 않았고, 가고 싶었던 이탈리아도 가봤으니 해외여행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쇼핑과 맛집 투어 같은 지출을 통제하니 모을 수 있는 돈이 생겼다. 이제 투자만 하면 됐다.

투자는 상품대상에 따라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구분한다. 내가 직접 주식이나 채권을 고르는 것를 직접투자라고 하고, 펀드매니저가 만든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간접투자다. 삼성생명은 증권사처럼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간접투자만 선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투자는 실패한 투자였다. 크게 3가지 실패의 이유를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내가 투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분명 2백만원을 넣었는데 198만원만 투자가 되고 있었다. 시작하자마자 내 2만원이 사라진 것이다.
둘째, 분산투자를 몰랐다. 전체 투자금액의 95%를 한국 시장에만 투자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나눠서 투자한 것이니 분산투자했다고 생각했다. 셋째, 비과세가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2017년에는 해외 투자를 하면 수익금 일부 금액에 비과세를 적용하는 혜택이 있었다.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만 듣고 가입한 상품이다. 2년반 동안 투자한 결과물은 -15%, 약 천만원 정도를 잃었다.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금융 스타트업을 창업한 2023년의 내가 6년 전에 나 자신에게 조언을 건내주는 것이다. 물론 투자는 단기간에 하는게 아니므로 위 수익률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바라볼 순 없다. 올바른 투자라면 -15%를 기록하는 편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수익률보다, 전제조건인 ‘올바른 투자’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과거 사례를 교훈 삼으며 올바른 투자의 특징을 세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내가 왜 투자를 하고 있는지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다. 그 목적에 따라서 투자 기간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전세 사는 걸 추천하지 않지만, 전세 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한다면 현 시점부터 전세 계약을 하는 시점이 투자 기간이다. 만약 1년 뒤에 전세 계약을 해야 하는데 돈을 모으고 있다면, 주식처럼 변동성이 높은 금융상품은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지금처럼 금리가 높다면 단기간 돈을 묶어 두는 예금 상품이 더 나은 선택이다.

둘째, 투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2017년의 나는 200만원을 투자하면 바로 198만원이 됐다. 보험사에서 1%의 선취수수료(수수료를 먼저 내는 것)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보수와 수수료가 무엇인지, 내가 투자하는 상품은 어떻게 수취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화를 벌어서 원화자산에 투자한다.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정도에 불과하다. 재산이 원화에만 전부 투자되어 있다고 하면 한 번쯤 자산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펀드는 회전율이라는 개념도 알아야 한다. 회잔율은 전체 펀드 자산 대비 거래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쉽게 말해서 얼마나 자주 사고 파는지 알 수 있는 숫자다.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증권거래세’가 발생하고 ‘매매수수료’가 별도로 청구된다. 회전율이 낮다면 증권거래세나 매매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참고로 미국 자산운용사의 평균 회전율은 60%대인데 반해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는 160%가 평균이다.

셋째, 세금보다 중요한 건 수익률이다. 이자나 배당에 부과되는 소득세는 보통 이익의 15.4%다. 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서 1천만원을 벌었다고 하면, 천만원의 15.4%인 154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물론 세금을 내는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중요한 건, 845만원을 벌었다는 사실이다. (같은 수익이 해외 주식이라면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2%가 적용된다.) 154만원을 안낸다고 해서 실제로 번 돈이 300만원이라면 결과적으로는 400만원을 덜 번 셈이다. 따라서 ‘비과세’만 바라보면 안된다.

Make your money work for you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다. 투자에 유명한 격언 중 “Make your money work for you(돈이 당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내 돈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게 중요하다. 시작을 하고 난 이후에는 내 상황과 상품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로울 일이 없다’ 이 말을 기록한 중국의 전설적인 병법가 손자는 패배한 적이 없다. 손자는 훗날 춘추5패 중 한 명이 되는 오나라 왕 합려가 그를 맞이할 때부터, 그가 합려의 본성을 알아보고 몸을 감출 때까지 항상 지피지기를 힘썼다. 투자도 똑같다. 지피, 내가 무엇에 투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간접투자상품인 펀드는 보수와 수수료 외에도 회전율을 고려해야 한다. 지기, 내가 얼만큼의 돈을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도 확실하게 기록해야 한다. 결국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경제적 자유를 응원한다.

양이천 님은 금융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케터로, LG전자와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했지만, 퇴근 후 느껴지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창업한 케이스다. 5천만명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오늘도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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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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